김정은, 시진핑 푸틴, 천안문 망루에 선 북중러 정상 첫 회동
김정은·시진핑·푸틴, 천안문 망루에 선다: 북중러 정상의 첫 회동
오는 9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될 예정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입니다. 이번 장면은 북·중·러 정상의 첫 동시 회동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10년 전, 같은 자리에는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이 서 있었습니다. 시 주석의 오른쪽에는 푸틴, 그리고 박 대통령이 자리했고, 왼쪽에는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이 함께했습니다. 이는 한국 대통령을 주요 귀빈으로 예우한 자리 배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의 2인자였던 최룡해 당비서는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는 오른쪽 끝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연출됩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을 시진핑의 바로 왼쪽에, 푸틴을 오른쪽에 배치해 ‘좌 정은, 우 푸틴’이라는 구도를 만들 예정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최고의 외교적 예우를 받는 셈입니다.



북·중·러 3국 관계의 변화와 결집
이번 회동은 단순한 행사 참여를 넘어 국제질서의 재편을 상징합니다. 과거에는 이해관계 충돌로 각자 다른 노선을 걸었던 북·중, 북·러, 중·러 관계가 최근 들어 하나의 축으로 결집하는 모습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미·중 전략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전 대통령의 ‘America Only’ 정책에 대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결국 세 나라가 공유하는 공통의 이해는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한 견제”이며, 이번 천안문 망루의 모습이 이를 극적으로 드러낼 전망입니다.

북·중 관계의 부침
북·중 관계는 시진핑 집권 초기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그 결과 시 주석은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루의 중심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대형 청자를 선물하며 시 주석을 찾으면서 관계는 회복세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되었고, 중국은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군사 활동을 사실상 묵인하며 지원해왔습니다.

북·러 브로맨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러 관계는 급격히 밀착했습니다. 북한은 포탄과 군수 지원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과 에너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찾았고, 양국은 ‘자동개입’을 포함한 새로운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과거 김일성이 남침 직전 소련과 중국을 오가며 맺었던 은밀한 3각 합의의 재현처럼 비쳐지고 있습니다.

중·러의 이해관계와 공조
중·러는 본질적으로 경쟁 관계였으나, 최근 미·중 갈등과 나토의 확장,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공동의 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양국 교역은 급증했고, 특히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중국으로 크게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정치·군사적 동맹에 가까운 수준의 밀착으로 해석됩니다.

국제정세 속 한반도의 선택
김정은·시진핑·푸틴의 ‘천안문 동행’은 핵보유국, 권위주의 리더십, 반미 정서라는 공통분모로 뭉친 강력한 연대의 신호탄입니다. 서방 세계는 이를 새로운 ‘신냉전의 뇌관’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 외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일본과의 안보 협력 역시 불가피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중·러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전략적 활용을 최소화하는 ‘헤징(Hedging)’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천안문 망루 위의 세 정상은 단순한 사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질서의 균형과 한반도의 미래 전략을 가늠할 중요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